이 날은 학회 참석, 준비로 정신없는 짝꿍과 잠시 떨어져서, 미시간 졸업생 친구에게 추천받은 미술관과 로스쿨 도서관을 둘러봤다. 캠퍼스 자체가 거대하고 웅장하다는 느낌보다는, (사실 객관적으로는 건물들 모두 거대, 웅장함) 뭔가 따뜻하고 깊이있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 많았다. 보여주기식으로 겉보기에 화려한 느낌이 아니라, 하나하나 알맹이가 꽉찬 느낌이랄까. 캠퍼스가 무지무지 넓으며서도 초록초록하고 은은하게 통일성 있어서 더 멋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미시간 대학교 미술관 (University of Michigan Museum of Art)

초록초록했던 미술관 가는 길. 보스턴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덜 습하고 심지어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하기까지 했던 8월의 미시간.


미술관 건물 앞 멋진 조형물. 여기가 미술관이야!! 하고 알려주는 느낌적 느낌.

여기가 미술관 입구인줄 알고 갔더니, 아까 그 조형물 있는 건물 1층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다시 뒤로 빠꾸.
미술관 입장은 학생이 아니더라도 무료였다. 공립 학교의 위엄이 느껴졌다. (사립의 끝판왕인 하버드도 몇년 전부터 미술관을 무료로 개방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최근까지 뽕 뽑을데로 뽑기도 했고 이제는 굳이 미술관에서까지 돈을 걷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유해져서가 아닐까.. 하고 소심하게나마 생각해봤다.)

미술관 내부는 층고도 높고 시원시원한 느낌. 미술관 덕후지만서도 미술알못인 내가 보기에는, 유명 작품도 많고 전시 방식도 엄청 신경쓴 느낌이었다.
아래는 특별히 좋았던 작품들 기록


앞구르기, 뒷구르기하면서도 봐도 모네 그림이라 신기.


미술관 내, 한국 미술품 전시관이 소박하게나마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신기했다. 화려 그 잡채인 그림들만 보다가 항아리를 만나니까 편안-하고, 수수-허니 좋았음. 나에게는 익숙한 것들인데, 관람하던 외국인들이 오마이갓, 쏘뷰티풀, 어썸하면서 하도 좋아해서 긁적긁적. 서로 잘 모르는 문화, 익숙하지 않은 남의 것(?)에 더 관대해지고 관심이 가는 건 만국 공통인가보다.

미시간 대학교 로스쿨 도서관 (University of Michigan Law Library)
미시간에서 학부를 다녔던 친구가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준 로스쿨 도서관. 으레 그렇듯 멀리서 봐도 웅장 그 잡채, 으리으리 건물이겠거니 하고 지도를 따라가봤는데, 도서관이 있다는 자리에 특별히 멋있어 보이는 건물이 없었다. 잉? 뭐지 싶어서 성곽 같이 생긴 건물 주변을 탐색하다가 회랑을 발견했다. 안으로 이어진 회랑 복도 끝 쪽으로 햇볕이 들어오는 걸 보고 오, 안에 공간이 있나보다 하고 들어갔다가, 완전 심쿵해버림.

미국 대학교는 다 이렇게 예쁜건가요? (좋은 대학들만 그런거겠지...) 야드 바깥쪽을 꽁꽁 둘러싸고 있는 건물을 통과해서 안 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멋있는 야드가 나온다. 이 날 하늘이 너무 맑고 날씨가 쾌청해서 초록초록한 야드가 더 반짝이는 느낌이었다.


미국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성조기.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캠퍼스에 이렇게 태극기가 펄럭이는걸 본적이 있던가?
야드를 한바쿠 슬렁슬렁 걷다가 혼잣말로 "쏘 뷰티풀..." 했는데, 앞에서 걸어오던 외쿡인이 "예쓰, 원더풀 히얼"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이것이 미쿡식 친화력인가하고 잠시 당황했지만, 웃으면서 더듬더듬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알고보니 미시간 학회에 참석하는 여자친구를 따라온, 나랑 처지가 같은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둘이 야, 너두? 야, 나두! 깔깔댐. 도서관 내부에 꼭 들어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하길래, 오키오키 아윌!! 하고 곧장 건물로 직진했다.

이게 머야... 이게 로스쿨 도서관이라굽쇼? 여기서 공부하면 공부할 맛 나겠다(는 거짓말을 요즘 밥 먹듯이 함). 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멋있었는데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건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사람이 어쩜 이리 없는 것인가. 한국이라면 인스타 핫플이었을텐데(?). 앤아버라는 미시간 내 작은 도시에 이런 엄청난 소스, 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짝꿍에게 들어보니, 미국의 똑똑한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하기도 하지만, 지역 내 훌륭한 공립 대학들도 워낙 많기 때문에 굳이 본인 고향을 떠나지 않고 해당 주의 주립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에블바디 서울로! 하는 한국과 비교되는 지점이었다. 멋진 캠퍼스를 둘러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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