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몬트리올, 미시간, 필라델피아 그리고 다시 보스턴으로. 약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캠브릿지로 돌아오니 참 간사하게도 캠브릿지가 너무 반갑고 집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낯설기만 하던 이 동네가 이제는 그나마 익숙한 동네가 되어가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모든 것은 결국 상대적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8월 마지막 주 오리엔테이션 시작 전 평화로운 마지막 주의 기록.
1. 하버드야드에서 민초 아이스크림
원래는 슈퍼마켓에서 벤앤제리나 하겐다즈 민트초코칩을 사고팠는데, 근처 슈퍼 아저씨는 민초파가 아닌건지 민초가 한개도 없었다 흑.... 그래서 하는 수 없이 J. P. Licks라는 하버드야드 근처 아이스크림집에 들러서 민초 파인트 하나를 테이크하웃했다. 어디서 먹을까 하다 고민하다 하버드 야드에 들어갔는데, 여름 내내 공사로 시끄럽고 복잡했던 야드가 한결 깔끔해진게 느껴졌다. 본격적인 개강주간이 되면 바글바글해진다고 들었는데, 그 때 한번 다시 가봐야지.

선선하지만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 딱 적당한 정도의 여름 날 저녁, 푸릇푸릇한 풀밭에 앉아 상큼한 민초 한입(이 아니라 엄청 많은 입..)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히히...

2. 선 도서관 후 피자 : Cambridge Public Library + Angelos Pizza
캠브릿지 내 최애 장소 중 하나인 도서관. 집이랑도 짝꿍이의 오피스랑도 적당히 가깝고, 오픈 시간도 꽤 길어서 저녁에 가기 좋다. 이 날은 도서관 앞에서 단체 댄스 행사 같은 것도 있었는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엄청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덩실덩실 춤 추는걸 구경할 수 있었다.

도서관 바로 앞에 위치한 Angelos Pizza. 지나갈 때마다 사람도 많고, 구글 평점도 높아서 항상 궁금했던 곳인데 이 날 드디어 도전해봤다. 즉석에서 바로 구워주는 피자가 맛이 없을리가. 기본 치즈 피자 라지(11불)에 토핑 한가지를 추가할 때마다 3불이 추가된다. 머쉬룸, 페퍼 추가해서 17불에 콜라까지 해서 택스 포함 대충 21불인가 낸 것 같다. 먹다가 남은 조각은 야무지게 투고박스에 알뜰히 담아왔다. 선 도서관 후 피자 코스 좀 괜찮은 듯.

3. 우리의 첫 숙박손님(?) 호스트
짝꿍이가 아는 동생이 보스턴에 놀러오면서 이틀 정도를 우리 집에서 묵게 되었다. 친한 친구들 초대해서 같이 밥을 먹어본 적은 있었지만 숙박까지 호스트해본 적은 없어서 약간 긴장(왜..?)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너무 재미있었다. 사무엘 아담스 브루어리 투어한 얘기도 듣고, 덕분에 특이한 맥주도 맛봤다. 특히 노란색 맥주 Porch (fest) Rocker 는 레몬, 고수 등등 맛이 나는 맥주였는데, 처음엔 응? 스러웠지만 마실수록 맛이 괜찮아서 우리 모두의 최애로 꼽힘. Belvita Crunch는 미시간 앤아버 숙소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사진 찍어왔던 친구. 역시나 인기가 많았다. 후후.

예일대 마스코트인 불독 인형도 선물받았는데, 이름이 핸섬 댄이라던가. 집에 하버드, 보스턴대학교 기념품은 한개도 없는데 예일대 마스코트 인형이 생겨버렸다. 집을 지켜보거라 하고 거실에 두었는데, 댕청한 표정으로 항상 고개를 45도로 기울이고 있는게 우리가 평생 지켜줘야 할 것처럼 생겼다.

4. 단돈 4불로 나홀로 첫 영화 관람
8월 27일은 미국 National Cinema Day였다. 친구가 알려줘서 당일 오후에야 알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4불만 내면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가 있는 수요일같은 건가. 운 좋게 바비에 괜찮은 좌석이 남아있길래 블루바이크 타고 열심히 달려서 영화관에 도착했다. 젋은 여성 관람객만 많을 줄 알았건만 의외로 노부부, 중딩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들 무리, 아들, 딸이랑 같이 온 아빠 등등 관람객 층이 꽤 다양했다.
북미를 포함해서 전세계적으로 꽤나 흥행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 유독 흥행에 참패했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어떤 포인트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보여서 웃기기도 했다.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꼈다는 그런 장면(!)에서 다같이 깔깔대고, 웃픈 현실을 비꼬는 블랙코미디에는 다같이 킥킥댔다. 미국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5. 백선생님표 감바스 성공
보기보다 만들기 쉬운 음식으로 항상 꼽히는 감바스. 만드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의 비주얼이 꽤 훌륭한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냉동 새우, 바지락, 여행가기 전에 얼려놨던 청양고추, 토마토가 있어서 백종원 쌤 레시피를 한번 따라해봤는데, 오! 괜찮다. 마침 남은 바게트도 있길래 저녁 식사 메인 메뉴로 뚝딱뚝딱. 다음번 호스트 메뉴는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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